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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글/bliss

Merry Christmas


01. 

샨 리레나는 네스토르의 머리 위에 별 장식을 몰래 올려다 두었다. 그걸 보고 꽤나 즐거운 듯 웃고 있다. 그냥 그녀에겐 네스토르라는 것 자체가 즐거운게 아닌가 싶지만. 간만에 아무 의미 없는 즐거운 웃음을 보이며 행복해했다. 


02. 

금은성은 간만에 연차를 냈다. 후배들이건 선배들이건 이날 일을 시키면 사표를 쓰겠다고 어름장을 놓았더니 다들 군말하지 않고 놓아주었다. 은성은 치즈케이크와 샴페인을 사들고 집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03. 

은호는, 그 전날 장터에서 고심해서 무언가를 골랐다. 신중에 신중을 가해서 고른는 탓에, 너무 오래 본다고 뭐라하던 상인마져 은호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04

금은호는 그날 요리도 해봤다. (할아버지한테 들켜서 엄청 혼났지만) 그래서 나온 결과물은? 음... 


05. 

샨 리레나는 그 별 장식을 네스토르에게 해놓은 것을 들키고 말았다. 그렇지만 되려 당당하게 네스의 목에 반짝거리는 초록색 장식. 그래, 눈치 챘겠지만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그 것이 맞다. 그걸 둘러주며 내 트리는 너가 하면 되지않겠냐며 크게 웃었다.


06. 

은성은 집에 들어가서 또 간만에, 요리를 잔뜩 했다. 알리오 올리오에 크림 리조또. 로스치킨 구이. 한식이 없으면 또 심심할까봐 어울리진 않지만 고기를 잔뜩 넣은 김치찌개도 끓여보았다. 그걸 본 정한의 반응을 보곤 여지없이 야! 를 외쳤다만, 그래도 즐거웠나보다.


07. 

은성은 그날 드물게, 오랫동안 깨어있기로 마음 먹었다.


08. 

샨은 네스가 안아주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처음으로 네스토르의 앞에서 말했다(!) 그것을 왜 말해주냐 물었더니 이것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대답했다.


09. 

은호는 전날 산 무언가를 꼼꼼히 포장해 늘 가던 성당으로 향했다. 눈이 내리고, 찬송가가 들려온다. 금은호는 이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 아가씨는 크리스마스 당일날은 나오지 못할 것 같아 이브와 크리스마스가 넘어가는 그 날. 그 사이에 전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10. 

은성은 밥을 먹고선 제 애인 옆에 하루종일 붙어있었다. 어지간해선 떨어지지 않으려했다. 가끔 보면 누가 더 어른이고, 애인지 모르겠다. 자신은 이렇게 붙어있는 것이, 이렇게 여유롭게 대화를 하고 밥을 먹고 하는 것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했다.


11.  

샨 리레나는 그리 웃으며 네스토르에게 무언가를 건냈다. 선물이야 악마야. 그 목소리가 매우 쾌활했다.


12. 

은호는, 성당에 들어서자 마자 나미코를 보곤 잠시 나와달라 했다. 저랑 산책 좀 해요. 좋은 날이잖아요? 물론 서양놈들의 누군가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이라지만 그래도 좋은 날이잖아요.


13. 

가끔 은성은 불안하곤 했다. 자고 일어나면 정한이 제 옆에 없을까봐 아니라, 자신이 정한의 옆에 없을 까봐. 그래서 더 붙어 있으려 하는 거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입 안으로 삼켰다.


14

그렇지만 선물 안 준비한거 아니거든. 은성은 정한에게 작은 상자하나를 내밀었다. 열어보니 까만색으로 되어있는 만년필이었다. 음, 그냥 그거 사주고 싶었어. 그래서 그랬어. 쓰던가 말던가. 금은성은 괜히 자기 혼자 베개를 끌어안고 토라졌다.


15. 

리레나가 건낸 것은 조금 큰 상자였다. 안엔 까만색 망토가 들어있었다. 희한하게도 안쪽은 흰색이었지. 꽤나 고급진 원단인지 윤기가 흐르는 듯 하다. 앞에는 작게 하얀 브로치로, 망토를 고정 할 수 있는 형태 인 듯 했다. 그냥, 하나 쯤은 해주고싶어서. 영광인 줄 알아 악마야. 내 선물은 흔한게 아니란다.


16. 

눈이 내리는 경성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웠다. 은호는 나미코에게 제가 포장해온 것을 건내주었다. 메리..크리스마스에요. 드리고싶어서. 안에는 흰색의 장갑이 들어있었다. 하얀 털로 장식된, 그런 장갑이었다. 그리고 들어있는 건 쿠키였다. 상태가 다 좋은 건 아니었지만.


17. 

이게 뭔가요? 라는 물음에. 선물이라 답했다. 쿠키는 직접 구워본 것인데 시설이 별로였고 또 자신이 요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최대한 잘 된것만 골라 포장했다 했다. 슬 시선을 피하는 것이 부끄러운 듯 했다.


18. 

은성은, 그렇지만 . 다시금 정한의 옆에 붙어서 일상의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무얼 했고, 너는 오늘 무얼 했는지 물었다. 우리에겐 그런 대화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중했다.


19. 

그래서, 왜 걷자고 한거냐고요? 그냥, 눈이 내려서요. ..싫었나요? 음. 여튼 날이 추우니까 장갑 끼고 다니세요.


20.

 ...맘에 드니? 맘에 안들면 어쩔 수 없고. 그냥 입고 다녀. 내가 준거잖아.


21. 

아, 그래서 좀 쓸만해보여? 최대한 좋은 걸로 사본건데. 만년필은 촉이 좋아야 오래 간다잖아.


22. 

...여하튼, 나미코. 메리 크리스마스에요. 오늘 하루 당신에게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어.


23. 

어쨌든, 너와 내가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잖니. 좀 기쁘게 받아주면... 내가 기분이 좋을 것 같아. 네스, 메리 크리스마스


24. 

그런가? 어쨌든, 와.. 나 이나이 먹고 이거 말할려니까 좀 부끄럽다. 정환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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