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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글/빈 둥지와 시간의 기묘한 상관관계

잊어버린 것들을 추억하며

 

youtu.be/MjleHeROeyY

 

 

사람들은 가끔 사소한 것들을 잊으며 살아간다.

 

무언가를 구성하는 데에 있어 '사소한' 것은 없지만, 익숙한 것을 사소함이라 치부하며 우리는 많은 것을 잊으며 살아간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요 자신을 망각하며 살아가 불편한 것이 없게 만든다. 모난 부분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며 살아가기엔 인생은 잔인하고 고통이며 험난하기 때문에, 망각이란 현상이 일어난다. 망각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인 것이다.

 

다만 우리는 사소한 것들을 잊었다가 다시 기억할 때 크나큰 고통을 동반한다. 자신의 일부분을 구성하는 무언가를 잊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인지, 아니면 그것의 소중함을 깨달아서인지. 그리고 이것을 다시 잊지 않겠다 다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시 잊는다. 인간은 세월과 무뎌짐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나도 무력한 존재다. 몇 가지를 영원히 기억하고, 수십 가지를 잊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껴안은 아이의 심장 소리가, 이 온기가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자신의 집과 텃밭에 자란 식물들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자신의 아이도 언젠가는 자신의 곁을 떠나갈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존재 증명의 행위들을 사랑했다. 몇백 년을 살아오며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 처럼 그는 살아있다는 신호를 소중히 여겼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잊었다.

 

그는 희망을 잊었었다. 그는 행복과 기대를 잊었고 뭍 밖의 삶을 잊었다. 언젠간 있었던 꿈을 잊었고 미래를 잊었었다. 자신의 존재가치와 태어남의 의미를 잊으며 살았다. 그는 여전히 이 중 여러 개를 잊으며 산다.

 

구태여 기억하지 않았다. 기억하고 상기하는 것은 고통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는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니지 않는가.

 

내가 많은 것을 잊었던 것처럼 이 아이도 언젠간 많은 것을 잊을 것이다.

익숙함이라는 흐름에 휩쓸려 생존의 방안으로 아이는 많은 것을 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 자신이 죽고 아이들도 성장해 섭리에 따라 눈을 감으면 자신을 기억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잊히는 것이다. 자신도 말이다. 어쩌면, 자신 스스로가 먼저 자신을 잊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가끔 사소하지 않으며 중요한 것들을 잊지만 그것을 '사소하다' 치부하며 많은 것을 잊으며 살아간다.

 

 

모든 잊어버린 것들을 추억하며, 그는 아이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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