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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글/빈 둥지와 시간의 기묘한 상관관계

植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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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마태 11:28-30)

 

 

 

 

그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아니, 어떠한 사람이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손을 먼저 보아라. 손은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반영이다.

 

 그는 생각보다 큰 손을 가졌다. 새하얗고 안쪽엔 굳은살이 박여 있는 손. 길고 곧다. 푸르고 붉은 핏줄이 간간히 피부 아래서부터 존재를 드러내는 그러한 손. 최근에 그가 무얼 하는지는 그의 손을 보면 알 수 있다. 손톱과 손끝, 흙색으로 물이 들어 있는 것을 보니 식물과 화단을 많이 가꾸고 있는 것이고, 중지 손가락의 첫 번째 마디 옆이 물 빠진 검은색으로 변해있는 것은 펜촉을 끼워 사용하는 펜을 잡은 것이다. 집게손가락에 잘게 손가시가 나 있는 것은 아마 책을 많이 읽은 탓이겠지. 전반적으로 손이 거친 것이, 흙뿐만 아니라 물도 손에 많이 닿은 듯했다.

 

 그는 자신이 키우는 식물들을 닮았다. 서재의 넓은 창을 가득 가린 그 식물들을 닮았다. 창에서 들어오는 빛을 따라가며 사는 식물을 닮았다. 빛을 쫓는 사람, 그 빛이 자신의 구원인 것 마냥.

 

식물은 빛만 있어선 살 수 없는 것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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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이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마태 5:7-10)

 

최근 써 내려가는 것이 무엇인가 하니, 그는 기도문을 열심히 쓰고 있다더라. 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위한 기도는 아닐 것을. 그것은 자신의 빛과도 같은 사람들을 위한 기도이겠지. 너를 위한 기도는 언제 올리느냐?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기도라는 것은 누군가에 비는 것인데, 나는 나를 위해서 빌 자격이 없습니다. 박해를 받은 자들은 복이 있다고 하셨으니 나는 그들을 위해 기도를 올립니다. 내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올립니다.

 

 그는 자신의 것이 아닌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헝클어진 이불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 털고, 다시 집 안으로 들고 들어와 털고 곱게 개어놓는다. 방을 쓸고, 닦고, 환기를 시키고 방안에 빛을 채운다. 자신의 방은 서재 하나가 전부. 그마져도 식물과 책에 절반 이상을 내어주었는데도.

 

 생각해보면 그의 방, 아니 서재에선 흙과 푸른 잎의 냄새, 그리고 책의 냄새가 섞여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냄새가 났다. 숲 속에 있는 것인지, 오래된 서책방에 있는 것인지 모르는 냄새. 냄새에 형체와 빛깔이 있다면 그 냄새는 오래된 먼지가 한번 훅 떠올라, 그것들이 잔잔히 들어오는 햇빛에 의해 밝게 빛나는 그런 형태를 닮았다. 그러한 냄새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마태 6:11-13)


 병을 씻고, 닦고, 끓이고, 뭔가를 담그고. 가스렌지에 불을 올리고, 물을 끓이고, 재료를 손질하고, 무언가를 굽고, 주방에 따뜻한 냄새가 나고. 

이러한 것들은 그에게 있어선 몇십 년 전까진 허락되지 않은 온기요, 평화였으니.



그가 식물이면 어떠한가. 그가 빛만 보고 쫓는 사람이면 어떠할까. 

그러니 그의 옆에 있는 그대야, 아마 그가 빛으로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는 그대야, 이 우매한 사람에게 물을 부어다오. 그를 땅에 뿌리 잡게 하오. 그가 이 땅에 다시 와 쉽게 쓸려 내려가지 않게 해주오. 그렇게 한다면, 그는 비가 내리든 바람이 불든 당신의 옆에 있을 것이니.





그냥 주저리 써봤습니다노래는 분위기가 맞아서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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